내신성적이 좋으면 영어책을 잘 읽을 수 있다?
그렇지 않습니다. 전 개인적으로 내신성적이 해당 학생의 실력이라고는 생각하지 않습니다. 시험을 대비해서 많은 학원 선생님들이 시험성적이 잘 나오도록 지도하고 있습니다. 물론 학부모들의 요청이겠지요. 내신은 답이 다 나온 상태에서 외우기만 하면 되기 때문에 단기간 공부만 하면 좋은 성적이 보장됩니다.
영어유치원을 오래 다닌 친구들도 한글책을 보지 않고 영어책만 흥미롭게 읽었다면 고학년이 되면서 도루아미타불이 됩니다.
영어책 읽기는 기본적으로 한글책 읽기가 탄탄해야 합니다. 한글책을 잘 읽고 자신의 생각을 잘 정리하고 잘 발표하는 친구가 당장 영어 내신성적이 좋고 책읽기에 습관화되지 않은 아이들보다 한번 영어책 읽기에 재미를 들이면 영어책만 읽던 아이들을 바로 따라잡습니다.
위의 질문을 역으로 물어보겠습니다. 그러면 영어책을 잘 읽으면 내신성적이 좋다? 네, 성적은 좋게 나올 수 있습니다. 목표가 성적입니까? 아니면 실력입니가? 성적은 기존 학원에서 잡을 수 있습니다. 그러면 실력은요? 다양한 장르영어책의 다독(多讀)밖에 답은 없습니다. 밥도 편식하는 것이 좋지 않은 것과 같이 독서도 편식은 금물입니다. 우물 안의 개구리가 될 수도 있습니다.
한글책을 읽어야 영어책도 잘 읽습니다. 그 말은 어릴 때부터 독서습관이 잡혀야 한다는 말입니다.
그런데 문제는 우리 아이들이 책을 멀리한 뒤에 훌쩍 커 버렸다는 것이지요. 저희의 대상이 초등 고학년부터 중학생까지이니깐요. 영어 따라잡기가 어려워 공부를 포기할 생각이라면 다른 길을 찾아야 하겠지만 그렇지 않다면 지금이라도 더 늦기 건에 시작해야 합니다.
우선 아이가 좋아하는 분야를 찾아보아야 합니다. 영어책은 크게 Fiction과 Non-fiction으로 나뉘지요. 한글책을 잘 읽지 않았다 하더라고 아이의 관심분야가 분명히 있을 겁니다. 예를 들자면 저희 아이의 경우는 해리 포터와 같은 판타지, 삼국유사 등 역사책을 좋아합니다.
따라서 모험이나 판타지 같은 장르를 좋아하는 아이들도 있고, 창작동화 같은 소설를 좋아하는 아이들도 있고, 사회/과학 등 영어로 지식을 얻고자 하는 아이들도 있습니다. 어떤 친구들은 팝송을 좋아하고 또는 영화, DVD... 실제 팝송이 좋아서 노래하면서 공부하다가 영어박사가 된 사람들 말도 많답니다. 말하자면 천차만별이지요.
전 어릴때 영어는 빨리 공부하고 싶은데. 그 때는 과외나 학원도 없었거든요. 전 AFKN을 선택했습니다. 들리기 시작하니 신기하더라고요. 재미있기도 하고. 아무튼 한글책을 많이 읽었다면 아이가 좋아했던 위주로 영어책 장르를 선택하면 됩니다. 복잡하게 생각할 필요는 없습니다. 단순히 언어만 다르다고 생각하면 되지요.
저희 아이의 예를 들면 어릴 때부터 한글책을 엄청 좋아했습니다. 유아 때는 CD나 DVD가 달린 한글책, 영어책. 그 때는 영어책에 부담을 느끼지 않았습니다. 책은 맞게 들어나 거꾸로 들거나 CD에서는 재미있는 노래가 나오고 DVD에서는 좋아하는 캐릭터들이 나오니 공부가 아니라 놀이였지요. 유치원 다닐 때에는 글밥 조금 있는 책을 읽어주기도 했고요.
초등학교 들어가서는 제가 바쁘기도 하고 게을러서 영어책 공부를 조금 늦게 시작했는데 소위 이멀전(Immersion) 교육으로 영어로 사회, 과학, 우화 등 창작물을 읽는 것이었는데 단어, 숙어 공부도 안 시켰는데 문장 해석도 잘하고 특히 Reading Comprehension 에서 check-up할 때 놀라운 속도로 답을 풀어나가는 것을 보았습니다. 그런데 책에 나온 특정 단어를 물으면 모릅니다. 단어를 문맥의 흐름으로 이해하는 것이지요. <영어책을 읽어야 하는 이유>글에서 <연어학습법(連語: collocation learning)>을 설명한 이유이기도 합니다.
지식책과 문학작품의 접근성 방식
동화나 소설과 같은 문학작품(창작책)은 모르는 단어가 나와도 앞뒤 문맥을 살피면서 짐작할(guess) 수 있고 그냥 무시해도 전반적으로 책의 내용을 이해하기에 크게 어렵지 않습니다. 창작책은 많이 읽을 수도 한글책이나 영어책이나 단어나 어휘력, 그리고 문장력이 좋아집니다.
그러나 지식책은 사정이 조금 다릅니다. 중요한 키워드를 모르면 책의 내용을 이해하기가 어렵습니다. 그건 저의 경우에도 마찬가지입니다. 그러나 한글로 지식책을 많이 읽은 아이들은 창작책과 같이 책의 앞뒤 맥락을 보면서 뜻을 때려잡을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해당 배경지식이 없은 아이에게 어려운 지식책을 들이미는 것은 좋지 않습니다. 너무 부담이 되면 빨리 포기할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책을 많이 읽다 보니 국어성적도 좋았고 영어는 약간 울렁증이 있었는데 독해, 전반적인 스토리 이해는 매우 뛰어났습니다. 지금은 단어와 문법이 딸린다고 인강으로 자기주도로 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저는 국어를 잘하면 영어도 잘 할 수 있고, 영어를 늦게 시작하더라도 영어는 잘하지만 한글책을 많이 접하지 않은 친구를 금방 따라잡을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영어공부와 한국인으로서의 주체성 사이의 문제는?
저희 아이의 경우 역사를 좋아하는데 너무 한국사만 좋아해서 오히려 걱정입니다. 세계에서 영어가 없어졌으면 좋겠다는데, 너무 영어 울렁증이 있어서 어릴 때부터 세계지도도 붙여놓고 지구본도 있습니다. 지구본을 보여주면서 '우리나라 이렇게 작은 나라인데 글로벌 시대에 눈을 좀 돌려야 하지 않겠니?' 해도 관심이 없네요. 지킬 것은 지키고 받아들일 것은 받아들여야지요. 특히 스타강사 설민석의 한국사 강의를 좋아합니다. 어른인 제가 봐도 재미있는데 당연지사입니다. 강사와 강의 내용이 자랑스럽기도 하고요.
아직까지도 세계사, 세계지도 등에는 관심이 없네요. 영어는 해야 한다는 것은 아니 하고는 있습니다. 그런데 어릴 때부터 영어에 오래 노출된 아이의 경우 문화적 주체성(cultural identity)에 문제가 생길 수 있습니다. 그러면 한국인들의 문화를 소흘히 생각하고 영미권 사람들의 생활 패턴에 길들여질 수 있지요. 그리고 잘못된 역사관을 가질 수도 있고 자칫하면 열등감도 가질 수 있습니다.
한국인으로서의 주체성을 유지하되 받아들일 것은 받아들이는 주관이 강한 아이로 키워야 한다는 것이 저의 생각입니다.
음식도 편식없이 골고루 먹어야 하듯 영어책 독서의 시작은 다양한 분야의 영어책을 만나게 해 주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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